단비가 기자와 대담을 통해 관점을 듣는 시간. <단비 뉴스>는 후쿠시마 핵사고 12년, 탈핵 행진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탈핵 행진 현장을 취재, 보도한 박정은 기자가 생생한 취재담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립니다.

A. 이전에는 일본이 이미 결정해서 추진하고 있는 이상 오염수 방류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류를 막는 것이 아닌, 오염수 방류 이후의 (사후적인) 대처방안을 미리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이 낫겠다는 입장이었어요. 오염수 방류 이후에 벌어질 문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해산물을 못 먹는’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발생할 피해 범위를 과소평가한 거죠.

하지만 탈핵 행진 현장에서 마주한 피해의 정도와 범위는 제 예상을 훨씬 넘어섰어요. 당연히 바다를 대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수산업계 종사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가 가겠죠. 그런데 오염수를 방류하면 해녀들에게는 생계를 넘어서 생존의 문제가 되는 거예요. 원전 오염수가 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가니까요.

그리고 일본 정부의 태도 자체도 문제에요. 어떤 방사성 물질이 어느 정도의 농도로 존재하는지 정확하게 파악조차 못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독성 물질을 바닷물로 희석하면 괜찮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더 안전하게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대안이 있지만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해양 방류를 택한 거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후쿠시마현 주변 어민들과 국제사회의 반대는 무시한 채로 방류를 강행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시민단체 뿐 아니라) 한국 정부 또한 조속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250여 개 단체 회원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오갔을 텐데요. 원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환경운동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문제점은 무엇이었나요?

A. 환경운동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핵발전소 자체의 위험성과 핵발전소의 노후화 문제였어요.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동의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강조하는 문제점과 다르지 않았어요.(환경운동가라고 해서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강조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

후쿠시마 사고 후 핵발전소가 태풍이나 호우 같은 이상기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국제사회는 탈핵을 향해 가고 있어요. 근데 한국 정부는 반대로 핵발전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환경운동가들과 시민단체가 비판하는 거예요. 핵발전소 자체도 위험한데 이미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려 하고,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려 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문제의 근원이죠.

후쿠시마,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통해 한 번 핵발전소 사고가 터지면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그리고 사고 후 그 여파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탈원전’인 거에요. 탈원전은 안전한 세상에서 살기 위한 첫 단계에요. 탈원전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 중 하나는 원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라는 건데 기후위기에 우리가 대처하는 이유도 ‘안전한 환경에서 살기 위함’이잖아요. 결국, 탈원전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목적은 같이 갈 수밖에 없는데, 방사선은 보이지 않고 당장 위협을 느낄 수 없으니까 원전 찬성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