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동물보호법, 이게 학대가 아니라고?

2023. 7. 25.

단비다이브ㅣ 2023. 0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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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보호법 어디까지 왔니?

다이버, 평소에 동물 학대 이야기를 접하면서 놀란 적이 있나요? 저는 중학생 시절 SNS에 올라온 햄스터 괴롭히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선명한데요. 다른 버전의 괴롭힘을 요청하는 댓글도 있어 놀랐어요. 당시 영상 제작자가 처벌을 받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어요. 작년에는 SNS에 햄스터 학대 사진을 올려 고발당한 사건도 있었죠. 그러나 증거가 불충분해 처벌받지 않았다고 해요.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물보호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현행법상 동물이 ‘물건’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법적 지위 자체를 격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2021년 발의됐지만, 여전히 법률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번 주 <단비다이브>에서는 동물보호법의 내용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까지 소개할게요.

ⓒ단비뉴스

📌 '권고'에 그치는 사육과 관리에 관한 조항

지난 4월 27일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됐어요. 동물 학대 행위를 구체화해서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죠. 하지만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동물 학대 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동물복지에 대해 높아진 사회적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단비뉴스는 지난 6월 25일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를 찾았어요. 토끼, 햄스터, 고슴도치, 앵무새 등 여러 종류의 동물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물건처럼 판매되고 있었죠. 동물에게 적정한 사육과 관리를 제공하지 않아도 현행법에서는 그 자체로 처벌받지 않아요. 적정한 사육과 관리에 대한 내용이 권고 사항으로만 규정되어있기 때문이에요.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도 의무 조항은 없어요.

미국 버지니아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는 사육 공간에 갖춰야 할 요건들은 권고가 아닌 의무 조건으로 규정해요. 예를 들어 정상적인 신체 움직임을 쉽게 할 수 있으며 안전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경범죄로 처벌하고 있죠. 전문가들은 이처럼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다면 적정한 관리와 사육을 규정한 조항이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단비뉴스

📌 상해나 질병을 유발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고?

현재 동물보호법은 상해나 질병을 유발해야만 처벌을 받을 수 있어요. 동물보호법에는 최소한의 사육 공간과 먹이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 등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죠. 하지만 상해나 질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관리의무를 위반한다면 동물에게 상당한 고통을 줄 수 있어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사육 공간의 위치와 크기, 환경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가로와 세로는 각각 사육하는 동물 몸길이의 2배 이상이어야 해요. 만일 한 공간에서 사육하는 동물이 2마리 이상이라면 마리당 해당 기준을 적용해야 하죠. 하지만 <단비뉴스>가 찾은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에서 위와 같은 규정을 지킨 사육 공간은 찾기 어려웠어요.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의 펫숍은 동물 판매업 등록 대상이 아닌 자유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리 대상이 아니라 처벌받기가 어려워요. 그러나 상해나 질병을 유발했는지와 상관없이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국가도 있어요.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동물을 사육할 때 필요한 조건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처벌할 수 있죠.

ⓒ단비뉴스

📌 사육과 관리에 관한 의무는 반려동물 6종에 한정

보호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문제예요. 조항이 적용되는 대상은 반려동물 6종으로, 개, 고양이, 토끼, 앵무새, 기니피그, 햄스터뿐이에요. 하지만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에 있는 펫숍들에서는 그 외의 여러 동물들이 판매되고 있었어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는 거죠.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7월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① 관리 의무를 여섯 종의 동물에만 적용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② 소유자가 ‘경비’ 등 다른 목적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의무 부과 적용 대상인지가 불분명하다.

③ 서로 다른 6종의 동물에 동일한 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개별적인 종 특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동물자유연대 최일택 팀장은 사육과 관리에 관한 의무를 적용받는 대상의 범위가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무척추동물까지도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척추동물마저도 전부 포함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만큼, 우리도 보호 대상의 범위를 넓혀야 하지 않을까요?

💬 대담한 단비

단비가 기자와의 대담을 통해 관점을 듣는 시간. 이번 대담한 단비에서는 동물 복지가 지켜지지 않는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를 다룬 <단비뉴스> 기사를 소개하려고 해요. 동물 복지를 위해 동물보호법의 과제에 관해 보도한 김태연 기자의 생생한 취재담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릴게요!

Q. 동물 복지에 관한 기사를 쓰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디어와 법 수업에서 법리뷰 기사를 작성해야 했어요. 이전의 경험과 관련지어 기사를 작성하고 싶어서 과거에 보고 들었던 것들을 떠올려보던 중,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가 기억났어요. 2017년 당시 그 거리를 지나면서 ‘과연 이런 공간에서 동물을 관리하고 판매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현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관련 법조항을 살펴보면서 현행법의 한계를 짚어보고 싶었어요.

Q.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를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비좁은 매장 안에 바깥에 진열된 수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는 장면을 두 눈으로 보았을 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바깥에는 햄스터나 토끼, 몇몇 종류의 앵무들을 살필 수 있었는데요, 매장 안에는 그보다 더 많은 종류의 동물이 있었어요. 환기도 잘 되지 않고 배설물도 잘 치워져 있지 않은 공간이었고요. 그때 날개를 펼칠 수도 없는 공간에 갇힌 공작의 모습이 떠올라요.

Q. 동물보호법이 동물 복지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높아진 사회적 인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전보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사회 구성원 일부에만 해당하는 변화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전히 동물판매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동물은 생계를 위해 사고 파는 ‘물건’으로 인식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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