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근데 이제 절반만 한국인인 것 같은..

2023. 11. 14.

202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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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레터

안녕하세요, 에디터 타코야끼🐙예요!

다이버, 탈북민이 출연하는 📺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을 본 적 있나요? 저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본 적이 있어요. 그 방송에 나오는 탈북민들은 남한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한국생활에 만족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한국어가 서툴어서 고생하거나 한국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특히 한참 친구👥와 어울려서 놀아야 할 성장기에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럴 거에요.

탈북청소년은 출생지를 기준으로 세 유형으로 나뉘어요.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북한에서 태어났거나, 한국도 북한도 아닌 제3국에서 태어났거나. 이중 중국, 러시아 등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청소년이 전체 탈북 청소년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해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의 존재는 조금 생소하죠?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조명한 기사는 많지 않아요.

단비뉴스 탈북청소년 취재팀(박정은, 이선재, 이다희, 박성동, 문준영)이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번 레터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 그 가족의 이야기

은광 군은 이리보나 저리보나 영락없는 찐 한국인이에요.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한다고 해요.

“나는 예전에 중국인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인이야.”

은광 군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은광 군의 어머니는 탈북민이고 아버지는 중국인이에요. 탈북민의 자녀이면서 제3국에서 태어난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인 거죠.

14살 은광 군은 인생의 절반을 중국에서, 나머지 절반을 한국에서 보냈어요. 그러니 중국이 그의 일부분인 것은 당연해요. 그렇다면 탈북민인 어머니와 중국인인 아버지는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된 걸까요?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남북사랑학교’에 등교하는 진은광 군(14)

“아빠가 엄마를 샀죠.”

은광 군은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났는지 잘 알고 있어요. 둘은 매매혼으로 만난 사이에요. 북한 여성은 중국에서 일을 구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일자리를 의뢰하는데 이때 브로커에게 속아 중국인 남성에게 팔려 가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에 몰래 들어간 북한 여성은 공안에 발각되면 강제 북송되어 북한 감옥에 가야 하거든요.

은광 군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어요. 브로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매매혼을 겪은 북한 여성들은 중국에서 무국적자로 살게 돼요.👤

은광 군의 어머니는 은광 군을 낳고 7년을 중국🇨🇳에서 살았어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국적없이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은광 군을 두고 먼저 혼자 한국에 들어왔어요. 은광 군 가족처럼,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의 가족 중, 가장 먼저 한국에 정착하는 것은 대부분 탈북민 여성이에요.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일자리와 거주 문제 등 정착을 끝내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이 걸리기도 해요.

이렇게 어머니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은 방황해요. 나중에 부모님이 정착한 뒤 한국으로 들어와도, 상황은 마찬가지예요. 어머니는 여전히 먹고살기가 바빠 자녀를 돌볼 여력이 없거든요. 자녀 양육은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의지하죠.

그렇다면 학교🏫는 이들을 잘 돌봐주고 있을까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그들의 학교생활

학교는 작은 사회라는 말이 있죠.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서도, 그리고 학교 안에서도 겉돌고 있었어요.

이들은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차죠. 그래서 많은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들은 또래 한국인 친구들이 다니는 일반 학교 진학을 포기해요. 단비뉴스가 만난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 중 절반이 ‘전학 경험이 있다’고 말했어요. 이유는 ‘수업이 어려워서’, ‘공부가 어려워서’ 등이었어요.

이주은(17) 학생도 그중 한 명이에요. 13살에 어머니와 함께 한국 땅을 밟은 주은 양은 일반 학교에 입학했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주은 양을 괴롭혔어요. 결국 주은 양은 세 곳의 일반 학교를 거쳐 대안학교인 남북사랑학교에 입학했어요.

남북사랑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라 졸업해도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요. 그래서 이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중점으로 공부하죠. 이런 대안학교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유일한 기댈 언덕이에요. 하지만 또래 한국인 친구를 만날 기회가 더 줄어든다는 문제점도 있어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비인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 4명은 모두 한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요.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중국 출생 친구들과 어울리죠.

이런 이유로 몇몇 탈북 청소년들은 출신국인 중국으로 돌아가길 꿈꾸기도 해요.

취재팀이 설문 조사한 47명의 응답자 중 49%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그래픽 이선재

🎙️ 대담한 단비

단비다이브는 지난 13일 탈북 청소년을 취재한 기자 다섯 명 중 세 명을 만났어요. 이선재, 박정은, 문준영 기자에요. 겨울의 추위가 가시지 않은 초봄, 트렌치코트를 입고 시작했던 탈북 청소년 취재를 한여름 반팔 차림으로 끝낼 수 있었다는 세 기자. 그 다섯 달의 시간, 우리 같이 들어볼까요?

대담한 단비에 참여한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 취재팀. 왼쪽부터 문준영, 이선재, 박정은 기자.

Q. 기사를 위해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 47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셨다고요. 취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경로로 만나신 건가요?

이선재 🦌 : 설문조사를 진행한 제3국 탈북 청소년은 50명 가까이 되고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건 12명 정도예요. 이외에도 성인 탈북민 6명 분도 만났습니다.

박정은 🦒 : 섭외는 선재 씨가 학부 때 취재 경험으로 인연이 있었던 남북사랑학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또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비인가 대안학교들, 교회, 지역아동센터들을 몇 차례 찾아가서 설득하기도 했고요.

이선재 🦌 : 거의 한 달 동안은 매주 찾아갔었어요. 그런데 대안학교 학생들 중 중고등부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못하고 중국어를 주로 사용해서, 중국어가 유창한 준영 씨를 마지막 팀원으로 추가 섭외했어요. 너무 좋은 선택이었죠.

Q. 취재기간이 길었다 보니, 취재 중간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문준영 🐣 : 부활절 때였어요. 남북사랑학교가 교회랑 연계가 돼있는 곳인데, 교회 부활절 행사에 한 번 놀러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취재원 분들과 라포 형성을 위해서라도 꼭 가야 된다 생각했어요. 저랑 정은 씨, 무교인 사람 둘이 가서 최선을 다해 예배를 드렸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 와중에도 정은 씨는 취재를 해야 한다는 걸 놓치지 않고 예배 끝나고 나가는 길에 취재원 섭외를 하더라고요. 멋있었어요.

Q. 제3국 탈북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면서, 이분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이선재 🦌 : 언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난 탈북 청소년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대안학교로 쫓겨나듯 오게 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유일하게 일반 학교에 잘 적응한 친구는 한국어를 잘해서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요. 그외 친구들은 학교에서 아무 말도 못 알아듣는 교실에 하루종일 앉아만 있었대요. 탈북 청소년들에게 한국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정은 🦒 : 한국 사람과 탈북민을 구분짓는 사회적 인식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탈북 청소년들을 멘토링해주시는 교사 분을 취재 중 만났었는데, 탈북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대부분 탈북민 아이들 대상 프로그램을 잘 신청하지 않으려 하신대요. 아이가 탈북민인 게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지면 학교에서 따돌림 당할까봐요. 탈북민이라고 하면 오히려 차별받을까봐 중국인이나 조선족인 척하는 탈북자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문준영 🐣 : 제3국 탈북 청소년들의 존재가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중국인 신분으로 들어와요. 얘네들은 탈북민도 아닌데 왜 우리가 나서서 중국인들을 도와줘야 하냐, 중국 가서 살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이 아이들은 부모의 탈북 과정이 순탄했다면 절대 겪지 않았을 슬픔을 많이 겪은 아이들이거든요. 어린 나이부터 부모와의 분리를 겪고, 그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만 해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탈북 배경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있구나, 이 아이들을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