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이버, 에디터 또랑🍡입니다. 오늘은 언제 어디서 레터를 읽고 계시나요? 좋은 아침, 점심 또는 저녁입니다. 어느새 여름을 알리는 싱그러운 냄새가 느껴지네요.
다이버도 ‘여름 냄새’ 아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여름하면 비에 젖어 살짝 부푼 흙의 냄새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그건 흙에 사는 유기물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 '지오스민(geosmin)'의 냄새입니다. 유기물은 토양에 묻힌 씨앗이 자라는 것을 도우는 친구죠. 그러니 이 냄새는 곧 새싹🌱을 의미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유독 여름을 '지오스민'의 냄새로 알아차리는 걸까요?
지난해 5월 27일 열린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마르쉐 지구농부시장'전시. 김지영 기자
호주 퀸즐랜드대 인류학과 다이아나 영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첫 비🌧️가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라며 “동물들에게 물을 찾는 일은 생존과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젖은 흙에서 나는 지오스민의 냄새가 중요한 이정표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한마디로 생존을 위한 인류의 본능이 우리에게 여름을 맡는 능력으로 이어졌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농촌의 현실을 보면 이런 인류의 진화가 후퇴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됩니다. 농업의 가치를 외면한 결과가 농촌 소멸, 곡물 자급률 하락, 환경 훼손 등의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이런 문제는 갈수록 심해질지도 모릅니다.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 특히 도시에서 사는 대다수의 아이는 농촌에서의 경험과 자연친화적 감수성을 키울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저는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되면 생태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양육자들이 많은가 봅니다. 요즘 농촌 지역으로 유학을 보내는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합니다.
서울 초·중학생이 일정 기간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 학생이 학교 인근 농가에서 농가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는 ‘농가 홈스테이형’, 다른 지역에서 온 여러 유학생과 센터에서 함께 생활하는 ‘지역 센터형’, 가족과 함께 마을에서 제공하는 주택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 체류형’으로 나뉜다.
이 책은 두 자녀와 함께 전남 순천시로 농촌 유학👩🏻🌾을 결심한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엄청난 공부량📖에 짓눌린 채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보다 시골에서 뛰어놀며 자연🍃을 접하는 아이들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농촌 유학'👩🏻🌾 용어의 유래부터 농촌에서 하는 활동과 생생한 경험담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2019년 발표한 '청소년 삶의 질 지표 분석 결과'를 인용해 한국 아동과 청소년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수년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죠. 연구를 맡은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의원은 “한국 아동·청소년의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행복도가 낮은 역설은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미래의 좋은 삶만 강조하면서 현재를 희생하는 걸 당연시해 온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관심과 욕구도 증가한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흙을 밟으며 아이의 민감성을 자극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만들어 주는 것이죠. 😊
4차 산업혁명 이후 교육에 대한 관점과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농촌유학👩🏻🌾을 통해 저자와 자녀들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값진 경험을 얻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슬기로운 농촌유학』(이하정 외, 2021)
📖 ’산촌유학’ 혹은 ‘농촌유학’이란 이름의 유학 시설들은 2000년대부터 전국 각지에서 시행하고 있었다. ‘산촌유학’은 1968년 일본에서 생겨났다. 한국 못지않게 입시경쟁이 치열한 일본의 교육 현실에서 미래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교사 ‘아오키 다카야스’에 의해 시작되었다. (p.48)
📖 길가에는 이름 모를 작은 들꽃들이 정말로 많았다. “엄마, 나 부자된 것 같아!” 항상 이렇게 자연과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기를. 더불어 자연과 교감하는 마음을 키워줄 수 있는 ‘농촌유학’을 선택한 우리의 판단이 옳았음에 또 한 번 어깨가 으쓱했다. 여기 오지 않았으면 과일과 채소는 마트에서나 보는 농산물이지 자라나는 과정과 모습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p.152)
📖 농촌 생활을 하며 기분도 더 활기차지는 것 같다. 또 산과 들에서 마음껏 뛰어노니 유학 기간만큼은 서울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느끼는 것 같다.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한 자연도 정말 좋다. 그래서농촌유학은 행복이고 즐거움인 것 같다.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