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다이브] '생존 연료' 연탄과 이별했다고?

2022. 10. 9.

단비다이브 ㅣ 2022. 10. 10

1. 오늘은 ‘정의로운 전환’ 속으로 다이브 해보려고 하고요. 🐬

2. 탈석탄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담은 단비 취재노트 준비했어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2050 프로젝트!

‘넷제로’라는 말을 아시나요? 바로 지구 기후 변화에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에 이른 상태를 말해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 ‘NBIM’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어요. 9천 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곳인 만큼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겠죠?

정부에서도 기후위기 시대인 만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었어요. 특히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 산업이 퇴출되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데 이 산업의 노동자와 사업자, 지역주민들은 피해를 볼 것 같아요. 더욱 걱정 되는 건 이들이 대부분 고령자라는 사실이에요. 과연 30년 안에 이들의 피해가 해결될까요?

오늘 <단비다이브>는 이들이 하루 빨리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전할게요!

🌳 넷제로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 0이 되는 것. 배출원이 배출한 만큼을 흡수원이 다시 흡수하도록 해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단비의 취재노트

📌정의로운 전환이란?

■ 탄소 배출의 중심 석탄

최근 ‘탈석탄법’이 뜨거운 감자예요.🥔 탈석탄법은 이미 허가를 내준 석탄발전소 건설을 취소할 수 있는 법이에요. 우리나라는 2017년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이미 건설을 앞두고 있는 석탄발전소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이 법을 제정하라는 국민청원은 얼마 전 5만 명이 넘게 동의해 지금은 국회로 넘어갔어요.

탈탄소는 들어봤는데 탈석탄은 생소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화석연료가 국내 1위 이산화탄소 배출원이라는 거 알고 계시나요? 산업혁명 때부터 화석연료 사용량은 점차 늘어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빠르게 늘고 있어요. 대기의 급격한 변화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각종 기후변화를 일으키게 되죠. 이런 화석연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석탄이에요.

특히, 연탄은 건강을 위협하고 탄소배출이 많은 연료에요. 그래서 기후위기시대에 눈총👀을 받고 있어요. 연탄의 원료인 석탄은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아요.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표한 탄소배출계수를 보면 석탄이 다른 화석연료보다 배출량이 많은 것도 알 수 있죠.

■ 전환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세계는 지금 화석연료의 뜨거운 작별 중이에요. 주요 발전원에서 🏭 석탄발전소를 퇴출시키는 거죠. 그런데, 석탄과 함께 사람이 같이 퇴출된다는 문제가 있어요. 석탄 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와 사업자, 지역주민들은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나온 개념이 ‘정의로운 전환’이에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자는 취지죠. 정의로운 전환은 미국 노동운동계에서 처음 나왔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정의로운 전환이 노동자와 환경운동가 사이 동맹의 계기가 되었어요.

📌 단비가 만난 사람들

단비뉴스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났어요.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 고령자들로 연탄이 삶의 필수재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연탄공장과 석탄광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여러 질병😷을 앓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당장의 근무환경보다 결국은 일자리를 잃고 떠날 것을 걱정하고 있어요.😥 연탄으로 겨울을 나고 연탄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

"연탄이 없다면 전기세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어요. 없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연탄이 있어야지." “연탄 없는 세상은 생각도 안 해봤는데 어떡해요.” (박정심 씨) (기사 링크)

박정심(77) 씨는 젊은 시절 봉제공장 미싱사 보조였어요. 일용직 노동자였던 남편과 결혼해 살다가 재개발로 쫒겨났죠. 그렇게 수락산 자락으로 들어와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고 있었어요. 하나 밖에 없는 딸은 연락이 끊겼고, 남편은 10년 전 세상을 떠났죠. 박씨의 방 두 칸짜리 집에는 화장실이 없어 마을 공용화장실을 써요,

그에게 얼기설기 임시로 만든 연탄창고는 보물창고처럼 소중한 곳이에요. 그는 거실을 겸한 마당에 연탄난로를 두고 낮시간을 보내다 밤에는 전기장판을 켜고 자요. 월수입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60만 원이 전부여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간 47만 원의 연탄쿠폰과 봉사자들의 기부로 연탄값 걱정 없이 겨울을 난다고 고마워했어요.

그는 정부의 탈석탄 계획을 듣자 걱정이 심했어요. 연탄은 다른 연료에 비해 값이 싼 데다 정부지원과 각계의 기부도 있어 안심하고 쓰고있죠. 하지만 석유·가스·전기 등 다른 에너지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요. 😥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에너지원별 명목가격이 연탄은 메타칼로리(Mcal) 당 50.33원인 반면 전기는 122.09원, 액화천연가스(LNG)는 155.29원 등이에요.

■ 연탄을 만드는 사람들

강원연탄은 지난해 폐업한 영주연탄 바로 옆에서 운영되고 있어요. 81세인 박태천씨는 강원연탄에서 30년 넘게 연탄 운전 업무를 수행했어요. 공장 안에는 언제나 기기들이 작동되는 소리로 인해 시끄러운 음악 수준의 소음이 들렸어요. 박태천씨는 30년 넘게 일한 공장의 소음으로 인해 난청👂을 앓고 있어요.

공장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후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에요. 73세인 박병조씨는 강원연탄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하고 있어요. 박병조씨 역시 기계 소음으로 난청을 앓고 있지만 당장 일자리를 잃는 것이 더 두렵다고 해요. 하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과 공장의 생산전환을 위한 정부의 대책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에요. 앞으로 순서대로 사라질 석탄 발전소는 전국에 50여 개가 있고 일하는 노동자는 2만 명이 넘는다고 해요.

📌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전문가 목소리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정부는 ‘탈석탄’ 기조 아래 석탄산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에요. 제 6차 석탄산업장기계획에 따라 국내 석탄광업소를 단계적으로 폐광 시키고 있죠. 연탄생산은 머지않아 중단될 것 같아요.

슬프게도 정부의 계획에는 연탄에 의존하는 8만여 가구와 퇴출되는 산업의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계획이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탈탄소 과정에서 이들을 위한 대안에 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볼게요.

■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주거대책

김혜미 전 간사(시민단체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는 근본적인 주거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무허가주택, 빈집, 월세같이 불안정한 공간에 사는 빈곤층은 목돈을 들여 난방이나 단열 설비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주거복지🏡 차원으로 매우 저렴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이들에게 우선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죠.

프랑스에서는 협동조합이나 공공성을 가진 법인들이 사회주택을 운영하면서 소득 유형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 산정해 공급한다고 해요. 김 간사는 프랑스식 사회주택을 신속히 확충해 저소득층 복지와 에너지전환을 동시에 실현할 것을 제안했어요.

이종원 연구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에너지연구소)은 저소득층 거주 환경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친환경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낡은 주택의 벽면, 창호, 보일러 배관을 공사해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거나, 저효율 냉난방기기를 고효율기기로 교체해주는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이 있어요.

하지만 지원이 매우 부족해서 필요한 가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예산이 소진되면 조기 마감이 될 수 있는데, 저소득고령자들이 서둘러 신청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 한국에너지재단에 따르면 2019년 3만 53가구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지원을 받았는데, 이는 소득1분위(하위 10%) 가구의 1% 에 불과해요.

■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참여와 연대

대담한 단비

단비가 기자와 대담을 통해 관점을 듣는 시간 <단비뉴스>는 정부의 탈석탄 정책이 정의로운 전환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탄의 정의로운 전환> 시리즈를 연재했어요. 단비뉴스 기자들은 소외된 이들을 만나 3편의 기사를 썼답니다. 단비가 바라본 ‘탈석탄’ 단비뉴스 기자가 그 취재담을 전합니다.

Q. ‘친환경’, ‘탈탄소’라는 단어에 비해 ‘정의로운 전환’은 다소 생소한 것 같아요. 어떻게 ‘정의로운 전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취재를 할 수 있었나요?

A. (지인) 탈탄소로의 이행은 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서 석탄과 같은 전통 에너지 산업은 자연스레 축소되겠죠. 이때 발생하는 피해는 석탄산업 노동자나 인근 주민들에게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지구적 과제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 애먼 시민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건 말 그대로 정의롭지 못하니까요. 결국 탈탄소 정책과 함께 인근 주민과 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서울, 영주, 태백을 직접 취재하셨어요.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은 기자로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현장 취재 전과 후 비교해서 기자님의 생각의 변화가 있나요?

A. (주연) 정의로운 전환이란,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의 전환 과정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의'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등이 소외되거나 크게 고려되지 않아 왔다는 것을 뜻합니다. 현장에서 본 연탄 제작 종사자와 사용자들은 대부분 정부의 정책을 잘 모르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탄소 중립으로 가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져야 함을 취재하면서 알게 됐고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 “장성광업소가 폐광한다면 탄광노동자와 협력업체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이들을 주 고객으로 했던 지역 상권도 타격을 입을 것” 이라고 기사에 나와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소멸’의 심각성은 어땠나요?

A. (현이) 현장에서 느꼈던 지역소멸의 심각성이 데이터에서도 드러났다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태백 탄광촌을 취재하면서 광업소 사택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노동자로 빼곡했던 사택이 텅 비어 있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더라고요. 인근 상권도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제가 국가기록원 기록물을 탈탈 털어 조사했던 통계입니다. 석탄 산업이 흥했을 시기인 1980년대에는 전국 탄광 노동자 수가 6만 명을 넘었어요. 지금은 5000명을 넘지 않습니다. 80년대에 347개이던 광산중에, 지금 남아있는 것은 4개가 전부입니다. 얼마 전 탄광이 많았던 태백시의 인구가 4만 명 이하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취재하면서 만난 상인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대책이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폐광촌의 지역소멸 문제도 정말 심각하다는 걸 느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