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계단을 기어서 올라야만 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아시나요? 1978년 미국에서 장애인들이 일으킨 ‘덴버 시위’ 이야기예요. 덴버는 미국 콜로라도주의 시 이름이에요. 당시 덴버에 사는 이들은 버스회사에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탈 수 있게 리프트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어요. 하지만 지방법원은 거부하는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줬죠.

지방법원의 판결 이후 격렬한 시위가 촉발됐어요. 사람들은 길 한 가운데서 버스를 막아서거나 기어서 버스에 오르기까지 했죠. 시위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시위 발생 2년 후 리프트 설치 내용을 담은 장애인법이 시행됐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세요? 시위 내용과 방식이 서울 지하철에서 있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과 닮아있죠. 오늘 <단비 다이브>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해요. 덴버 시위와 일명 ‘전장연 시위’는 끝맺음까지 같아질 수 있을까요?

장애인 이동권 떠올리면 지하철이 생각난다는 분들은 주목해주세요. 지하철은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만 있잖아요. 큰 도시 지자체는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를 점차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밖은 어떨까요?  지하철도 없고 버스도 수도권보다 적게 다녀요. 농촌이나 중소도시의 경우 당연히 대도시와 다른 장애인 이동 정책이 필요하겠죠.

지방에 사는 장애인 이동의 대표적인 이동 수단은 콜택시🚕와 저상버스🚌입니다. 하지만 둘 다 충분하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저상버스 전국 보급률은 25.8%(11,703대)에 불과하거든요. 시내버스만 놓고 봤을 때 지역별 보급률은 서울특별시가 가장 높았어요(59.7%). 강원도가 그 뒤를 이었고요(39.7%). 가장 부진한 지역은 어딜까요? 충남(9.9%)이 꼴찌였고 울산(12.1%), 전남(16.8%), 경북(67.5%)이 뒤를 이었어요.

지금까지 살펴본 지하철, 저상버스, 장애인 콜택시의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주로 도시 권역 내에서 운영한다는 건데요.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동하는 '지역 간 이동'도 중요한 동선 중 하나예요. 그런데 고속버스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을 만난 적은 아마 없으실 거예요. 몇몇 지역은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시외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돌아오는 건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국토부는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을 포함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사업 예산 가운데 고속·시외버스 운행 지원 부문은 작년의 10억 원에서 절반이나 줄었다고 해요.😔

<단비뉴스>는 청주의 한 장애인을 만나 청주에서 고향 진천을 가는 25km, 단 22분 거리의 여정에 시외버스를 탈 수 없었던 사례를 소개했어요. 단비뉴스의 기자가 버스회사 여러 곳에 전화해서 알아보니, 휠체어에 탄 채 탈 수 있는 고속버스 도입은 기약이 없다는 답변만 얻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