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가 기자와 대담을 통해 관점을 듣는 시간. <단비 뉴스>는 대형 산불 전문가 토론회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경북·강원 대형 산불의 배경과 산림 복원현황을 취재, 보도한 정대환·조재호 기자가 생생한 취재담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립니다.
Q. 산불 대책을 위한 토론회를 취재하셨어요. 갔다 오고 나서 산불에 대한 기자님의 생각 변화가 있나요?
A. (대환) 사실 취재하러 가기 전엔 산불을 막연하게만 생각했어요. 대한민국은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이뤄져 있으니 당연히 산불이 많이 날 수밖에 없다고 여긴 거죠. 부끄럽지만 산불에 관한 뉴스를 접했을 땐 "또 불났네"나 "등산객들 조심 좀 하지" 정도로 가볍게 치부했어요. 전형적인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졌었어요.
하지만 토론회를 취재하며 산불의 배경과 산림 복원 현황에 관해 알게 돼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죠. 결국, 현재 잦은 산불도 기후위기의 관점에서부터 바라봐야겠더라고요. 겨울과 봄에도 고온건조해진 날씨 탓에 과거보다 더 잦고 큰 산불이 나게 됐다는 사실은 산불 문제를 더 거시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줬어요.
"이것이 문제다"라고 선언하고 되돌이켜 덮어버릴 수 없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인데요. 해당 뉴스는 저의 단비 뉴스 첫 기사였어요. 첫 기사인 만큼 분명 부족한 점도 많았는데요. 앞으로 사회 현상을 그저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자로 성장할게요!
Q. 기자님이 생각하기에 토론회 취재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발언은 무엇이었나요?
A. (대환) 기사엔 담지 못한 내용이지만, 토론자 박필선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현장에서 "산불 예방 및 복원을 하시는 분들에 맞게 용어를 더 간편하고 직관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요, 해당 발언이 거시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실적이면서 꼭 필요한 제언인 것 같아 좋았습니다.
"위대한 지도자는 비전과 일상의 간격을 메워주는 교육자이어야 한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가 한 말인데요, 산불 토론회가 지향하는 점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음엔 미시와 거시적 접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사로 레터에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A. (재호)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 소장님께서 "인간은 자연 생태계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있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너무 상투적인 말이잖아요. 교과서에서 등장할 법한 그런 말이요. 하지만 되새김질해 보면 우리가 이 말을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돼요. 산불이 나든 말든 개의치 않는 경우가 다반사잖아요. 기껏해야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게 전부죠. 하지만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재해들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순간이 분명 올 거예요. 그때가 돼서야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경각심을 가져야 해요. 그리고 이 자세는 자연을 타자로 여기지 않고 '우리'의 일부로 여길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Q.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기자님은 기후변화에 따라 생기는 환경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A. (재호) 기후와 관련된 환경문제는 ‘민감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이상 기후가 발생하더라도 특별한 사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심각한 홍수를 그저 우연찮게 발생한 일이라고 치부하기 일쑤죠. 아무리 언론에서 홍수가 이상 기후에서 기인했다고 보도하더라도 흘려듣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아마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당연한 사고방식이죠. 저 먼 지역에서 갑자기 자연재해가 벌어졌다고 해서 그 원인을 ‘나’라고 지목하는 것은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거에요. 심하게는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고 알려진 기업의 경영자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요. 내 기업이 기후 문제의 원인은 아니라고요. 이 간극을 좁히는 게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이나 기업 혹은 경영자 사이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기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요. 그리고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지점에서 그것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