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표는 대학에 가는 것일까?

2023. 5. 30.

단비다이브ㅣ 2023. 0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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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의 목표는 대학에 가는 것일까?

다이버, 고등학교 때 학교 수업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적 있나요?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지금 이 수업을 듣고 있을 때가 아닌데’ 하면서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반에 그렇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어요.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거나 모의고사를 풀고, 수능에서 볼 과목이 아닌데 왜 수업을 들어야 하냐며 불평하기도 했죠. 수시로 대학을 가기 위해 내신 관리를 해야 하는 친구들만 충실히 수업을 듣곤 했어요. 학교 수업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일찍 내려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10대의 나이로 대학에 진학한 친구도 있었죠.

저는 학교 수업이 무의미하다고 불평하기도 하고, 일찍 대학에 간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하는 많은 학생 중 한 명이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학교를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대학을 가기 위한 관문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구나 싶어요. 입시 과정의 한 단계 말고 학교에 다른 의미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진정한 배움과 친구들과의 교류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이번주 <단비다이브>에서는 교육의 의미를 짚어볼 거예요. 한국의 교육격차와 공교육의 의미부터 지방대의 현실과 대안까지 폭넓게 다뤄볼게요.

ⓒPixabay

📌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

지난 4월부터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교육격차> 팀은 성남시 오리 초등학교를 찾아갔어요. 학생들은 달리기를 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왔죠. 평범한 달리기는 아니었어요. 각자의 출발선이 달랐거든요.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이들이 서는 위치를 결정했어요. 코로나19로 학교에 오지 못했던 기간 동안 공부에 어려움이 없었던 친구는 한 발 앞에 섰어요. 엄마 아빠가 모두 출근해서 집에 홀로 있었던 적이 많았던 친구는 한 발 뒤에 섰고요.

앞으로 가지 못하면 뒤에 서게 되고, 달리기의 출발선이 달라졌어요. 이 출발선은 개개인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어요. 코로나 시기에 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이 격차는 더욱 벌어졌죠. 넉넉한 경제적 지원을 받는 학생은 사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가족으로부터 물질적·심리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어요.

서울과 지방의 다른 여건도 교육격차를 만들었어요. 최근 4년 동안 서울대학교 신입생 가운데 수도권 출신자 비율은 60%를 웃돌았고, 작년에는 65%까지 늘었다고 해요. 이러한 지역별 교육격차를 보여주듯, 대치동 학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방학마다 서울로 유학을 오는 지방 수업생들도 많다고 해요. 부모의 소득이 얼마인지, 어느 지역에 사는지와 같은 요소들이 더 나아가 학생이 어떤 대학에 가게 될지도 결정하는 현실이에요.

ⓒEBS '교육격차' 화면 갈무리

📌 ‘자퇴’ 택한 K-고교생들

<교육격차> 2부 ‘나의 자퇴기’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자퇴를 하는 학생들의 사연이 등장해요. 준우의 자퇴는 목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입시제도상 내신 시험에서 한번만 삐끗해도 명문대를 진학할 수 없는 상황. ‘정시파’ 준우에게 학교는 무의미했던 거죠. 한편 준희의 자퇴는 학업 격차로 인한 선택이었어요. 학교 정규과정 외에 선행학습을 할 수 없었던 준희는, 다른 친구들과 격차가 점점 벌어졌어요. ‘내 노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노력만으로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걸까?’ 준희는 학교에서 경험한 격차의 원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했다고 해요.

학교는 학원과 달리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요. 시민으로서 요구되는 소양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죠. 학교의 역할이 퇴색된 이유, 바로 한국 교육의 종착점이 ‘대학 입시’이기 때문인데요. <교육격차> 3부 ‘인(in)서울이 뭐길래’는 대입이 교육의 유일한 목표가 된 현실을 보여줘요. 방송에선 지방 학생들이 방학마다 호텔에 묵으며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았어요. 대치나 목동은 이른바 교육 특구로 불리는 곳이죠. 지방에 사는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이직을 할까 고민하기도 한다고 해요. 결국 ‘좋은 교육’은 대입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되어버린 거예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 헌법 제31조

교육 받을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죠. 헌법 제31조가 사문화되지 않도록, 공교육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인 듯 해요. 대입이라는 맹목적인 방향성에서 벗어나 교육의 목적을 새롭게 정의해 보면 어떨까요? 대입 말고도 다른 중요한 가치들이 있을 거예요. 물론, 그에 앞서 공고한 대학 서열화를 깨야겠죠?

ⓒEBS '교육격차' 화면 갈무리

📌 지방대 미달 쓰나미, 구제 방안은?

다이버들도 한 번쯤 “벚꽃 피는 순서로 지방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하지만 이 말도 옛말이 되었는데요. 이미 지방대의 위기는 서울과 멀리 떨어진 순서대로가 아니라,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어요. 2년 전인 2021학년도 대입 결과 대학 정원의 4만 명 정도가 미달이었는데, 이 중 3만 명(75%)가량이 지방대 몫이었다고 해요. 인서울을 위해 반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는 비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예요.

최근 교육부는 위기에 놓인 지방대를 구제하기 위해 '글로컬대학 30'이라는 정책을 내놓았어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있는 대학 중에 소수를 선발하여, 1개 대학에 5년 동안 최대 1,000억 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인데요. 단일 대학에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해요. 선정 기준의 핵심으로 ‘대학의 혁신’을 내세운 만큼 지방대의 경쟁력 향상이 기대돼요. 다만 정책이 소수의 지역 국립대에만 막대한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요.

정부의 정책 이외에도, 지방대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도 노력하고 있어요.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가 그 주인공인데요. 세명대학교는 지난달 26일 국내 대학 최초로 ‘등록금 책임환불제’ 도입을 발표했어요. 등록금 책임환불제는 2024학년도부터 입학 후 교육 불만족으로 자퇴를 신청한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돌려주겠다는 거예요. 수도권과의 거리가 아닌, ‘대학 교육의 질’로 학생들에게 평가받고 선택되기 위해 도입했다고 해요. 정부와 대학의 노력이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되살려 주길 바라봅니다.

ⓒ조벼리 기자

💬 대담한 단비

단비가 기자와의 대담을 통해 관점을 듣는 시간. 이번 대담한 단비에서는 <단비뉴스>가 취재한 학교가 나서 ‘교육의 의미’ 전달해 줘야 할 때를 다룬 기사를 소개하려고 해요. 진정한 교육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관해 보도한 정호원 PD와 그 실천 사례를 보도한 조벼리 기자의 생생한 취재담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릴게요!

Q. 공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공교육의 의미는 개인적 차원에서 자아실현을 돕고 사회적 차원에서 건강한 사회인을 만들어내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공교육은 대학입시에만 최적화되어있다는 게 문제에요. 대학에 가기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이 만나 경쟁하게 만들고, 그 경쟁을 공교육이 방관하거나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공교육의 의미를 되찾으려면, 교육의 가치와 목표를 대학입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이 처한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이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해요.

Q. 공교육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학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다큐멘터리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학교 상에 맞게 학교가 ‘학습’과 ‘돌봄’의 역할 두 가지를 다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만 매몰되지 않고, 학생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잘 적응하며 개개인의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돌보는 역할을 학교와 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저도 한국에서 공교육을 받았지만, 공교육에서 줄 수 있는 돌봄이 뭘까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있어요. 사실 대학에 가기 위한 스킬은 학원에서 거의 다 배운 것 같아요.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학교가 가지는 의미가 대학 진학 이상의 뭔가가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설득하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등록금 책임환불제가 지방대 미달 사태를 다루는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교육의 품질을 높여야 해요. 등록금 책임환불제 도입으로 대학이 교육의 수준과 품질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촉진할 수 있어요. 다만 등록금 책임환불제 시행은 재정 확보가 관건이에요. 등록금 책임환불제는 입학 후 자퇴를 신청한 학생 모두에게 등록금 전액을 돌려주는 제도이기 때문이에요.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세명대는 학교 재단을 운영해 다른 대학보다 재정적인 여건이 유리했어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어려운 타 대학은 등록금 책임환불제를 시행하기 어려울 거에요. 그래서 실제로 여러 대학이 폭넓게 도입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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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6시 30이 되면, 제천시 남현동 주민자치센터 2층 곳곳의 불이 환하게 켜져요. 제천 유일의 검정고시 야간학교 ‘정진야학’의 수업이 이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에요. 빛나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정진야학을 만들고, 가꾸고,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비뉴스>가 취재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