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사망과 관련해 제가 오늘 소개할 책은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 논쟁으로 읽는 존엄사』 입니다.
이 책은 2019년 3월 서울신문에 연재된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기사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조력사망을 위해 스위스로 향한 한국인 2명의 발자취를 좇았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스위스의 2000여 명에게 존엄한 죽음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 외에도 웰다잉에 대한 욕구는 높아졌지만 죽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부족한 현실, 존엄사 논쟁을 일으킨 역사적 사건과 쟁점 등 기사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죽고싶어서가 아니다’, 그럼 무엇을 위한 것이라는 걸까요. 저자 신융아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존엄사가 마치 제도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인간답게 살다 인간답게 죽는 것이라고요.
인간답고 존엄한 죽음을 위해 한국 사회는 앞으로 어떤 논의를 거쳐야 할까요?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 논쟁으로 읽는 존엄사』 (유영규, 임주형, 이성원, 신융아, 이혜리, 2020)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들의 경우 조력자살을 위한 사전 질문지를 작성하는데, ‘그린 라이트’(조력자살 약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신호)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실제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40~50퍼센트 수준이다. 긴급할 때 쓸 수 있는 출구가 있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삶을 이어나가고, 일부는 완화의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p.73)
📖스위스 내에서도 조력자살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 그러나 확실한 건 우리나라와 사회적 배경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복지 체계는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처럼 보편적 복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가난한 사람들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적 복지가 잘돼 있는 나라에 속한다.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등 떠밀려 조력자살을 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수 밖에 없다. (p.99)
📖윤영호 교수는 이렇게 우리 사회를 진단했다.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돌보는 것으로, 죽음은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연명의료 중단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를 위해 정부의 예산과 인력이 얼마나 투입됐는지 의문이 든다.” (p.238)